블로그 공간에서는 왠만하면 정치에 관련된 이야기는 쓰지 않으려고 했던 나의 다짐을 오늘은 잠시 한 켠으로 치워본다.
아니다. 정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 이다.
2009년 우기가 와버린 홍콩의 5월23일 토요일의 오전
컴퓨터의 전원을 넣고 인터넷 세상에 들어와 여느 때와 같이 멀리 한국의 뉴스 기사를 열어보니,
충격적인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노무현 전 대통령 봉화산에서 자살.............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다.
멍하다. 순간 이성을 담당하는 내 두뇌가 새 하얗게 포맷되는 듯 하다.
왜?......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지?
잠시....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시간을 되짚어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나올 때만 해도 나는 노전대통령에 대한 아무런 가치 판단이 없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노사모' 분들의 이미지로 인해,
'청문회 스타'가 파퓰리즘(Populism)에 편승하여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당시 대학의 마지막 학년을 보내고 있던 나는
나의 한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에게 행사하였다.
이후 대한민국 평범한 한 청년으로서의 나의 사회 생활은 시작되었고,
가끔 살펴보는 정치권 기사에서는 항상 노무현 대통령이 좌충우돌하고 있을 뿐이었다.
"기존 대통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젊은 대통령이라서 시행착오가 많은가 보군" 정도로 생각하며 살아갔고,
심지어는 "대통령이 너무 무게 없이 가벼이 행동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짧은 생각을 한 적도 적지 않았다.
시간은 흐른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이 처음으로 크게 전환된 것은 한나라당이 탄핵을 추진했을 때 였다.
나의 영혼과 두뇌는 그 말도 안되는 시도가 그릇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고,
당시 많은 대한민국의 국민들 또한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 던지
대규모 촛불 집회로 그 메세지가 발로(發路)되었다.
국민이 처음으로 지켜낸 대통령이 되었다.
물론 전국민이 아니었다.
하지만 기존의 그 어느 대통령도 불가능했던 국민의 보호를 받았다.
탄핵은 기각되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다시금 기존의 가진자들과의 충돌은 계속되어갔다.
임기가 끝나갈 수록, 여론은 악화되었고......
그 악화된 여론 속에 국민적 지도자 대안이 없던 대한민국은 '차악(次惡)' 혹은 '복권'에 투자하는 마음으로
차기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2007년부터 나는 해외에서 살고 있었다.
내가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고, 한국의 정치 소식에 점점 무뎌져 가고 있었다.
더욱이 한국의 정치가 너무 싫었던 나는 오히려 외면하고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털고 시골 고향 마을로 내려갔다.
그는 그랬다. 나는 내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일국의 대통령을 엮임할 정도로 사회 정점의 지도층이 되었다면,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을 놓을 수 있겠는지?
명예, 부, 나의 사람들..... 그 모든 것을 한 순간에 포기할 수 있을 것인지?
돌연 그가 매우 크게 보였다.
과거에 그런 전직 대통령이 없었음은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한 용단(勇斷)의 대통령이 없을 것임은 누구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이 아닌 현실 속에서 시골 마을로 내려갔다. 농사를 지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소풍 사진' 마냥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보수, 혹은 기득권, 혹은 수구세력, 혹은 무언가를 못마땅해 하는 세력에서 공격이 시작되었다.
지난 5년이 정말 싫었던가 보다. 그렇게 우악질 하던 그들은 도대체 무슨 피해와 상처를 받았던 것일까?
대가성 돈을 받았다면 어느 누구가 되었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그 잘못된 것을 파헤치는 검찰과 언론의 과정은 매우 소인배스러웠다.
혐의가 있으면 기소를 하기까지 철저하게 물 밑에서 조사하면 되었을 것이고,
모든 증거가 확실하게 쌓였다면 그 최적의 순간에 대중에게 오픈하여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쳤다.
지나쳐도 방법이 너무 지나쳤다.
1대부터 17대 대통령까지 지난 행적과 과오를 이잡듯이 파헤쳐 보면,
16대 노전대통령이 가장 덜 오염되었을 것임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알고 있을 텐데......
이번 수사는 원리(原理)에 맞지 않는 의도가 있음이
시간이 갈 수록 일반인들에게도 느껴질 정도 였다.
무엇이 그렇게 미웠나? 무엇이 그렇게 싫었는가?
그 정도로 그가 엄청난 피해를 그들에게 (보수, 기득권, 수구권, 혹은 그 못마땅하는 사람들) 끼쳤는가?
일생(一生) 일신(一身)의 신념과
당신과 내가 감히 실행 못할 소신(所信)을 보여준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분을....
지금 대한민국 사람이면 어느 누구건 막걸리 한잔 기울이고, 기념사진 한 방 박을 수 있는 그러한 분을....
그렇게 몰아야 했는가?
이 착잡함은 무엇인가......
이 무겁게 가라앉는 내 마음 속 원인은 무엇인가......
슬프다. 대한민국..... 답답하다. 대한민국.....
혜안(慧眼)이 아닌 평범한 내 눈으로 보아도,
대한민국에 발전적 작용을 할 큰 사람을......
오늘 우리는 잃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무슨 생각이 드는가?
노전대통령의 마음 여림이 보이는가?
답답한 한국의 정치가 보이는가?
정확히 묘사할 수 없는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들' 의 집요함이 보이는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절망(絶望)이 보이는가?
지금 이 곳 홍콩에서는 하늘에서 쉼 없이 비가 쏟아지고 있다...........
진심으로 삼가 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어 본다.
- 사람만이 희망이고....... 희망이던 한 사람을 잃은 하루............. 홍콩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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