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발단은 집에서 짬뽕을 만들 수 있다는 레시피 정보였다.
화려하고 제대로 된 수준의 요리를 할 수 없는 홍콩 자취 총각으로써,
손에 잡히는 녀석들로 후다닥 짬뽕스러운 라면을 만들어 보기.
결론은 해장용으로 끝내주는 국물의 라면 탄생. 두둥.
모든 것은 초간단.
재료는 집 냉장고에 냉동해산물이나 야채가 긴긴시간을 홀로 보내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오늘의 재료.
라면은 홍콩에서도 쉽게 구해지는 한국 수입판 넝심 냐규리를 활용했다.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의 어머니들 스타일로 나도 우선 면을 초벌로 삶아냈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지만, 이과정은 사치스럽고 불필요한 과정이었음)
사진에서는 면발이 보이지 않지만, 저기 어딘가 면이 있음.
냉장고에 뒹굴거리다 종국에는 부패하게 될 야채님들을 대강 썰었다.
나는 딱 두 종류. 양배추와 양파.
이정도면 훌륭해.
그리고 냉동새우살과 집 앞 슈퍼에서 사온 오징어살 조금.
홍콩 슈퍼에서 냉동 오징어는 안파는 것 같더군. 있으면 편할텐데.
오늘의 핵심병기.
프리미엄 굴소스와 두반장. (두반장 사진은 깜박하고 안찍었음)
자, 원래 짬뽕은 재료를 볶고, 고추기름도 넣고 뭐 이렇지만,
자취 총각에게 그런 것들은 사치.
나는 물넣고, 냐규리에 들어있는 다시다 넣고, 다시다 넣었으니, 멸치를 넣.... 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멸치 다시다 조금 넣고... 물이 끓으면,
위 재료들을 죄다 넣는다. (죄다 한번에 넣는 것이 어쩌면 자취 총각 요리의 꽃)
재료 넣자 마자, 바로 라면 스프 삼분의 일에서 반 정도만 투척하고,
두반장 꽉 채운 한 큰술, 굴소스 한큰술을 넣어준다.
그리고 보글보글 재료가 익으면 아까 덜어놓았던 면과 합체.
면이 너무 오래 기다렸는지, 다시 합쳐내니 힘발이 약해졌다.
나는 살짝 꼬들꼬들한 면이 좋은 데.
깨달은점, 다음 번에 면을 따로 삶아내는 사치스러운 행동은 하지 말아야 겠다.
이쁜 그릇에 담지 않아서 일까, 혹은 조명이 답답해서 일까,
사진은 간만에... 맛있게 나오지 않았음.
하지만 정말로 사진보다는 백배 맛있음. 특히 국물이 시원.
이것이다. 술 먹은 다음날 자취 총각이 먹어야 하는 국물 맛.
밥까지 말아서 싹싹 마셔주시는 센스.
앞으로 해장용 요리로 낙점됨. (담에는 냉동 오징어와 냉동 홍합을 좀 재어놔야 할 듯)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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